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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소망의달 문턱에서 일어난 지뢰폭발사고

20210613 주보칼럼
평화소망의달 문턱에서 일어난 지뢰폭발사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역 하천 주변 식물외래종 제거와 청소작업을 하는 공공근로를 몇몇 가족들과 함께 했었다. 요즘도 자전거를 타다가 길섶에 큰 키로 자라난 돼지풀을 보면 자꾸만 뽑거나 베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평화소망의달 6월, 그것도 초입이었던 지난 금요일에 일산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강하구 장항습지에서 식물외래종 제거와 청소작업을 하던 시민이 발목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에 의해 한쪽 무릎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였다. 그 자체로도 엄청난 사고였지만 두가지 이유에서 더 큰 충격이었다. 사고를 당한 분이 우리 교회가 함께하고 있는 고양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에서 종종 만나 인사 나누던 분이기 때문이고, 그분이 하시던 일이 대단히 위험하거나 전문적인 일이 아니라 작년에 나와 우리 교회 가족들이 하던 평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삶을 살던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 대인지뢰라는 전쟁무기에 발목을 잃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최전방 접경지역도 아닌, 이 도시가 홍보하고 자랑하는 철새 도래지이며 람사르습지인 장항습지에서 말이다. 이제 그곳을 탐방하려면 발목이라도 걸어야 한단 말인가.
사고를 일으킨 폭발물은 한강 상류쪽에서 홍수 등의 이유로 유실된 지뢰였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원도에서 국군이 매설한 지뢰가 한강 하류로 떠내려와서 국민의 발목을 자른 것이다. 이 땅 허리에 휴전선이 그어지고 68년의 세월이 흘렀다. 끝나지 않은 전쟁은 지금도 시민의 안전과 평범한 일상의 삶을 위협한다. 한반도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언제 우리의 발목이나 목숨을 달라고 할지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평화는 아름다운 꿈이나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평화는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들 모두의 생존이 걸린 일이다. 2021년 평화소망의달 문턱에, 현충일 이틀 전에 우리 이웃이 지뢰에 발목을 잃었다. 깊은 절망 속에서 간절히 평화를 소망한다. 갈라진 땅에 오소서. 오, 주여 오소서.